중동 갈등으로 유가 급등 우려… 경기 침체 가능성 높아져

최근 중동 지역의 갈등이 격화되며 유가가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7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는 중동 전쟁이 본격화될 경우 휘발유와 같은 정제유는 물론, 플라스틱, 화학제품, 비료 등 석유가 원재료로 사용되는 다양한 제품들의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로 인해 투자와 고용, 기업 활동이 위축되며 유럽을 비롯한 여러 경제권에서 경기 침체를 겪을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대상으로 대규모 탄도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지난 1일 이후 국제유가는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이날 ICE 선물거래소에서는 12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이 전 거래일 대비 3.7% 오른 배럴당 80.93달러로 마감되었습니다. 이는 8월 말 이후 처음으로 배럴당 80달러 선을 넘어선 기록입니다.

NYT는 이스라엘이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지, 그리고 그 이후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따라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았습니다. 경제 분석 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지역 전쟁이 발생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측했습니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이자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상황이 “냉전 이후 가장 불안정한 상태”라며, “세계 경제가 매우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상황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1970년대 오일 쇼크와 비교할 때 지금의 상황이 상대적으로 양호하다고 평가했습니다. 하지만 석유 공급에 큰 충격이 가해질 경우, 잠비아, 모잠비크, 탄자니아, 앙골라 등 저소득 아프리카 국가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러한 국가들은 채무 불이행을 피하기 위해 공공 지출을 줄여왔으나, 석유 수입 비용이 급등할 경우 재정 상황이 악화될 우려가 있습니다. 또한 중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중국은 석유 소비량의 약 75%를 수입에 의존하며, 이란 석유 수출의 90% 이상을 소화하고 있어 유가 상승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유럽은 특히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고 평가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러시아 에너지 공급이 제한되며 한 차례 어려움을 겪은 유럽이 중동 갈등으로 석유 가격이 또다시 급등할 경우, 추가적인 경제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큽니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의 제이컵 기르케가르드 연구원은 “유럽은 결국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할 수 있다”며 경기 침체와 인플레이션이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